사랑하는 김재연님,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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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로 마음을 전하는 멋진 당신의 모습을 닮고 싶어, 당신이 만들어 낸 다정한 공간을 잠시 빌려요. 이곳이 얼마나 탄탄하게 다져진 공간인지 느껴봐요. 이 속에는 공간을 빌려온 저는 이해하기도, 쉽게 바꾸기도 어려운 문자들이 단단히 모습을 이루어 제자리를 지켜내고 있어요. 여긴, 켜켜이 쌓인 당신의 시간이 단단히 이루어 낸 모습이 아닐까요. 아직 부족한 저는, 그러한 이곳을 감히 빌려 마음을 전합니다.

저의 불안은 당신을 힘들게 합니다. 그런 저에게 오늘 당신은 이런 말을 해주었지요. ‘불안을 원동력으로 삼자’고요. 불안한 제 말들이 당신을 속상하게 만들었을 텐데도, 차분히 마음을 말해주고 저를 달래어 제자리로 돌아가도록 도와주어 고맙습니다. 불안이 동력이 되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오늘의 말을 듣고 용기를 내보기로 합니다.

오늘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는 서로를 그 누구보다도, 우리 자신보다도 더욱 멋진 사람으로 바라봐주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답니다. 서로를 너무나 믿어주고 사랑해서, 그것이 반대로 당신과 나에게 때로는 부담이 되기도 했었나 봅니다. 하지만 이젠 그것이 부담이라기보단, 우리를 함께하도록 완성해주는 마음이라고 생각해보려 해요. 우리는 서로에게 완벽한 사람이라 만나게 된 것이 아니라요, 서로를 완성해주는 사람들이라 만나게 된 거니까요. 우리 서로 더 기대요.

그래서 당신과의 미래에는 큰 걱정을 하지 않는답니다. 종종, 작은 걱정들은 생겨나겠지만요. 그건 함께 나누면 금세 몰아낼 수 있는 괜한 두려움일 뿐일 거에요. 우리는 서로에게 마음이 상하고서도 손을 잡고 걸어가는 사람들이니까요. 차분히 이야기를 나누고 얽힌 마음을 풀어가는 사람들이니까요. 다툼이 있다는 건 그보다 사랑이 먼저 있었다는 걸 알고, 때로는 실수하고 상처 주는 저를 감싸주는 당신이 있으니까요!

새롭게 시작할 한 주도, 우리 둘에게 힘든 순간들이 있겠지만, 다시 함께할 날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기쁘게 흘려보낼래요. 오늘은 덕분에 몸도 마음도 따뜻한 밤이에요. 당신도 춥지도 외롭지도 않은 안전한 밤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럼, 답신을 기다릴게요.
언제든, 늦어도 되어요. 언제까지나 기다릴 수 있으니까.
어떤 방식으로든요. 글과 언어, 메모와 편지, 문자와 전화, 인사와 만남, 포옹과 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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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20일,
함께 보내 행복했던 어느 일요일.
우리의 눈 앞에 보이는 모든 사랑을 잔뜩 담아,
드림.

존경하는 재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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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부족하지만 저도 편지를 써봤어요.
여길 빌려줘서 고마워요.
다음엔 연습해서 제가 정돈한 편지를 드릴게요.
그 어느 세상에서도 누구보다 가장 많이 사랑해요!

또 쓸게요.
♪◟( ˘ 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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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20일,
드림.